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럽갤문학/단편

오늘도 어김없이

“아, 우미쨩 좋은 아침!”



“네. 오늘도 일찍 나오셨네요. 호노카는…설마…….”



“……응, 늦기 전에 깨우러 가자?”





앙상한 나뭇가지에 듬성듬성 피어나는 벚꽃의 조짐이 보이는 어느 봄날의 등굣길.

저희들은 어김없이 호노카쨩을 깨우러 갑니다.



호노카쨩은 하루도 빠짐없이 아침에 늦잠을 자버려서 그런 호노카쨩을 깨우러 갈 때 쯤이면 저희들도 함께 학교에 지각하는 일이 일상 다반사였죠.



오늘은 호노카쨩이 그토록 기다리던 ‘그 날’인데도, 본인은 어김없이 늦잠을 자버리네요. 

어쩔 수 없이 저희들이 직접 깨우러 호노카쨩의 집을 방문하였습니다!





“호노카쨩! 오늘 졸업식이야!”



“그렇습니다! 당신이 그렇게 기다리던 졸업식인데, 어째서 이런 때에도 늦잠을 자버리는겁니까!”



“응……. 미안……. 어제 생각 좀 하느라……. 헤헤…….”





호노카쨩은 긴 머리를 따라 손가락으로 빗어가며 능청스러운 모습으로 웃었습니다.

이것을 본 우미쨩도 어김없이…





“그래도! 3학년들 졸업식 때에도 늦잠 잤잖아요! 또, 같은 이유로! 생각 좀 하느라 그랬다면서! 또, 같은 표정으로! 헤헤헤 웃으면서!”



“에에, 우미쨩 무서워…….”



“진정해 우미쨩? 아직 그렇게 늦은 것도 아니라구?”



“크읍...1년마다 이런 일이 반복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아십니까? 마치 시간 여행을 온 것 같은 기분이라고요?”





우미쨩은 한숨을 쉬며 호노카쨩의 손을 잡아 침대에서 일으켜 주었습니다.

이렇게 항상 화를 내도 결국 해피엔딩으로 끝난다니까요.



그리고 이틀 전에 호노카쨩이 입고 간다던 옷들을 옷장에서 차례 차례 꺼내줬어요.

가만히 보고있자니 마치 엄마와 딸 같았어요. 물론 옷을 입혀주지는 않았지만.





호노카쨩은 옷을 벗고 양치질도, 세수도 모두 끝낸 뒤 우미쨩이 꺼내둔 옷을 입었어요.

또 머리를 긁적이며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헤헤 웃은 뒤 여전히 화를 내는 도깨비님을 끌고 밖으로 나갔답니다.





“다른 애들은? 전부 왔으려나아~”



“당연히 미리 와있겠죠. 정말, 저희도 미리 갔었어야 하는데 호노카 때문에…….”



“우미쨩은 자꾸 그런거 가지고 삐지지말자?”



“네…….”





궁시렁대는 우미쨩과, 막 일어났는데도 불과하고 기운차게 쫑알대는 호노카쨩과 함께 오토노키에 도착했습니다.





「오토노키자카 학원 제 XX회 졸업식」





교문에는 커다란 현수막이 걸려져 있었습니다. 항상 똑같은 디자인인데, 숫자와 날짜만 바뀌는 것이 조금 웃음 포인트에요.



교문을 지나자 익숙한 얼굴들이 저희를 반겨주었습니다.





“거기! 늦었구마! 벌점이래이!”



“노조미, 아직 시간 널널해”



“정말, 이 니코니가 온다는데도 그렇게 늦게 오는건 무슨 심보야?”



“니코, 우리가 일찍 온거야”





이미 졸업한 3학년들 이었습니다. 



노조미쨩은 유명한 오컬트계 사업가가 되었습니다. 이쪽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를 리가 없었고, 최근 급속 성장한 기업 TOP10에 들어갈 정도로 정말 인기있는 CEO가 되었습니다.



에리쨩은 어릴적 꿈이었던 아나운서가 되었지만, 가끔 뉴스가 아닌 다른 방송에서도 발레강사의 모습을 비쳐주고 있었습니다.



니코쨩은 졸업하자마자 아이돌계로 나아갔습니다. 항상 저희들에게 무시받던 귀여움이, 사람들에게는 꽤 효과가 있었던모양인지 금세 유명한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이런저런일로 다들 바쁠텐데, 어김없이 졸업식에 와주었습니다.

그야 오늘은 ‘마지막으로 남은 멤버들이 졸업하는 날’이니까요.





“엣, 니, 니코, 니코쨩?”



“우와, 니코쨩이다냐!”



“린쨩, 마키쨩……. 다들 왔는데 왜 니코쨩밖에 안불러주는거야?”





그래요.

저희가 마지막으로 노래를 불렀던 ‘그 때’ 1학년들의 졸업식입니다.





“그야~ 니코가 가~장 눈에 띄기 때문이지~”



“네. 그렇게 큰 선글라스에 마스크면 누가봐도 가장 수상한 사람으로 보일겁니다.”





언제나 함께였던 그 때 처럼, 오늘도 어김없이 모두가 모였습니다.



저희는 이제 사회인이 되었으니 그때와는 다르게 항상 함께 있을 수 는 없지만,

그래도 이런 날이 올 때면 어김없이 모두들 와주었습니다.





앗, 이제 졸업식이 시작하려고 하네요!

주인공들이 밖에 나와있으면 안되는거 아닌가요?



저희들은 다같이 뛰어갔습니다. 어느 졸업식과 다름없이 다함께 웃으며 강당으로 뛰어들어갔습니다.





저희가 졸업하는 날에는, ‘그 때’의 3학년들이 와주었지만,

이젠 저희가 함께 졸업식을 구경하러 오는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내, 끝나고 불고기 쏜데이!”



“오오~ 노조미쨩 멋져!”





이렇게 있으니, 마치 ‘그 때’로 다시 돌아간 것 같아요.



다시 돌아갈 수 없지만, 언제라도 다시금 만날 수 있는 저희들의 추억. 



그렇게, 어김없이 저희들은 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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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어한 일상물을 써보겠다! 해서 썼습니다.
진짜 딱 제 머릿속 2학년들의 일상이 저런모습이거든요

그리고 뭔가 졸업하고나서도 사이좋았으면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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