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럽갤문학/단편

어쩌면 애틋할 그날의 생일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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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기대하고 기대하던 내 생일!

아아- 이 영리하고 귀여운 에리치카에게 생일이라니, 분명 부실에서 모두가 축하할 준비를

하고 있을게 분명하겠지!



후후…….

다 알고 있지만 우선은 모르는 척 이라던가, 당황한 내색을 엄청나게 부려야겠지…?





“에리치? 무슨 생각을 하는 기고? 빨리 들어가야한데이?”


그래그래, 노조미는 아마 내가 딴 길로 새지 않게 바람잡아주는 역할을 맡았겠지.

그래서 이렇게 자꾸 부실로 나를 인도하는 것이고.








이래서 이 아이들이 좋다니까.

뮤즈에 들어와서 조금은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손잡이를 돌리고, 천천히 문을 열었다.

그러자 정말 놀랄 만큼 시끄럽게 울려 퍼지는 폭죽소리와 함께

예상했던 대로 모두들 입을 맞춰 기대하던 그 소리를 외쳤다.






“에리쨩! 생일 축하해!”


또 한 번 터지는 폭죽 그리고 린과 호노 카의 귀가 떨어져 나갈 것 같은 와와- 소리가

놀라는 척으로 끝낼려했던 나를 진짜로 놀라게 만들었다.


부실의 책상을 보니 큼지막한 초콜릿 케이크가 예쁘게 장식되어 있었다.

니코와 마키는 재빨리 불을 끄고 커튼을 친 뒤, 성냥으로 촛불을 켰다.



아- 저게 내가 먹게 될 케이크인가.




노조미는 내 등을 툭툭 치며 내 손을 슬며시 잡았다.

그리고 항상 니코가 앉던 그 가운데 자리에 나를 안내했다.


내가 앉자마자 머리엔 반짝거리는 털이 잔뜩 달린 고깔모자가 씌워졌다.


이어서 모두 자리에 앉아 일제히 부르는 생일 축하 노래.







생일 축하 합니다♪





생일 축하 합니다-






사랑하는 에리쨩






생일 축하 합니다♪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온 숨을 모아 촛불을 한꺼번에 훅 꺼버렸다.




모두가 박수를 치며, 다시 니코와 마키가 급하게 불을 키고 커튼을 올렸다.


어째서 저 둘이 저렇게 분주한 건지. BiBi라고 챙겨주는걸까?

매일 투닥투닥 싸우는 주제에 저럴 때만 쿵짝이 잘 맞는단 말이야.




“생일 축하해, 선물은 호노카다요!

오늘은 호노카를 마음대로 이러쿵저러쿵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도 괜찮아!”


“엣- 고, 고마워…?”


“호노카! 장난치지 마시고 제대로 선물을 전달해야죠!

에리가 당황하잖아요!”


“호노카, 안줄 거면 비켜. 내가 먼저 줄 테니까.”






마키는 호노카를 옆으로 밀쳐내고 두 손으로 들 수 있는 꽤 커다란 상자를 내게 내밀었다.

그리고선 얼굴을 잔뜩 붉히며, 내게 말하였다.




“…이거. ‘크닙실트 쇼콜라티에’라고 하는 초콜릿인데….

원래 먹을 건 주지 않으려고 했는데 도무지 뭘 줘야할지 모르겠어서…….”


“우아아아앗!!- 

이, 이거, 엄청나게 비싸다고!!

뭔데! 뭐야 마키! 이런, 이런 고급 초콜릿을 어떻게 산거니이이이!!”


“뭐, 뭐야! 안 받을 거면 도로 가져갈 거야!”


“먹을 거야! 먹을 거라고! 고마워, 고마워, 맛있게 먹을게!”


“흐, 흥…….”


“크닙…뭐? 린, 뭐라 하는지 못들었다냐...”






‘크닙실트 쇼콜라티에’라니.

400g에 한화 250만원을 호가하는 정말 고급 중에 고급이라는 초콜릿.

이런걸 생일선물로 받다니, 정말 꿈만 같아.


이어서 다른 아이들도 내게 선물을 차례로 나눠줬다.

호노카는 자신이 직접 만들었다는 초콜릿만쥬.  







린은 자신이 많이 다닌다는 라면가게의 한 달 무제한 이용권…


뭔가 전부 먹는 거지 않나?….








그렇게, 우미를 제외하고는 내게 전부 선물을 전달해주었다.


호노카는 이제 우미차례라며 우미를 잔뜩 부추겼지만, 자기는 따로 줄 거라며 쑥스러워하였다.

결국 우미에게서는 선물을 받지 못한 채로 생일파티는 끝나고 말았다.


그리고 해산. 호노카는 나머지 학생회 일을 하러가야하고, 니코는 동생들에게 저녁밥을 챙겨주기위해,

린과 하나요는 무슨 이유인지 끝나자마자 바로 어디론가 뛰어갔다.




아아, 같이 잔다는 소리를 들은 것 같기도 한데…. 정말 사이좋다니까? 그 둘.








그렇게 부실에는 나와 우미 둘만 남게 되었다.













노조미는 무언가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자리를 떠났기 때문에,

뭔가 꾸미고 있구나 하고 어느 정도 예측해봤다.


우미는 계속 등 뒤에 뭔가를 숨기고, 말할까 주저하는 표정이었다.

도대체 저게 뭐 길래 이렇게 둘만 남았는데도 주는걸 고민하고 있는 걸까?
















몇 초 뒤, 내 예측은 완벽하게 빗나갔다.






















등 뒤에서 꺼내는 커다란 꽃다발.


그것은 정말 예쁘고 아름다웠으며, 그 향기가 어우러져 잠깐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에리, 처음 봤을 때부터 첫 눈에 반했습니다.

저와 사귀어 주실 수 있을까요?”























우미에게서 들려온 한마디는 넋을 놓고 바라봤던 꽃다발의 아름다움이 더 이상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내 눈동자를 그녀의 입술에 시선 집중시키도록 만들었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는다. 처음 노조미에게 고백 받았을 때도 이런 기분이었다.

갑작스럽게 고백을 하는 것이 유행인걸까, 요즘엔.


나는 입을 굳게 닫은 채 우미의 눈을 응시했다.

힘을 줘보지만 조심스럽게 부르르 떨리는 입술이 내 대답을 대신해주지 않을까.







우미는 내 대답을 기다리는 듯 했다.






나는 노조미의 고백을 수락했고, 이것은 내가 우미의 부탁을 거절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굳게 닫힌 입에서 간신히 나온 나의 대답.









“나, 나는 노조미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당신에게 고백해봤자 거절당할 것 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한번쯤 당신의 대답을 듣고싶어요.”








우미의 확고한 대답은 내 입술을 더욱 떨리게 만들었다.







알고 있었음에도 불과하고 자신의 마음을 정직하게 전달하는 저 모습이

애처롭기도 하고, 혹은 수락해주지 못하는 내 자신이 한심할 뿐이다.


나를 사랑하는 것은 노조미 뿐이라 생각했는데, 한 명 더 있었구나.


만약 노조미가 먼저 고백하지 않았더라면,

우미의 고백에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수락해주었을 것이다.








그야 나도 우미를 좋아하는걸, 사랑까진 아니더라도 좋아했는걸…….














지금의 사랑은 노조미에게 향해있지만,

저 정직하고 올곧은 모습이 좋았는걸.











조용히 흔들리는 바다의 파도 같은 저 청명한 목소리.

항상 좋은 향기를 내며 흩날리는 푸른색 머리카락.

라이브가 끝나면 가끔씩 보여주는 정말로 행복해 보이는 그 미소.









전부 좋아해….












그렇지만 사랑하지 않아서 미안해.





사랑받길 원하는 너에게 전부 주지 못해서 미안해.



나는 이미 ‘사랑’ 을 약속한 ‘사람’이 있는걸……. 
































“…미안해.”







“괜찮습니다. 알고 있었으니까요.

혹시나 해서 이렇게 둘만 남았을 때 말한것이였어요.

그야 모두가 있을 때 이런 이야기라니, 장난 같잖아요? 하하.”









우미는 멋쩍게 웃으며 꽃다발을 내게 건네주었다.

나는 받은 꽃다발의 향기를 맡아보았다. 꽃에서 그녀의 향기가 나는 듯 했다.






푸르고 시원해 보이는 이 꽃들은 정말로 향기로웠지만

어딘가 슬픔에 젖어서는 그것을 숨기려 아름다운 향기를 내뿜는, 그런 느낌이다.








우미는 머리를 긁적이며 호노카에게 가봐야겠다며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너무 티나잖아. 
























“…우미. 사실 나도 너를 좋아했어.


네가 조금만 더 빨리 고백했다면”








“알고 있다니까요. 됐어요. 듣고 싶지 않아요.

지금 당신은 노조미의 애인이지 않습니까. 그럼 노조미만 바라보셔야죠.


굳이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아도….”










우미의 눈시울이 붉어진다.

곧 그녀의 눈에서 물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한다.


















나는 책상에 꽃다발을 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우는 그녀에게 다가가 양팔로 끌어안아주었다.

























“됐어요…. 이러지 않아도 충분히….

그만하세요….”




















나는 이 마음을 알고 있다. 겪어본 적이 없더라도 충분히 알고 있다.









그녀는 흐느끼며 울기 시작했다.

참을 수 없었던 모양인지 그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슬피 울었다.
















“미안해…. 정말로….”















“생일 축하합니다…. 에리….”













































-





















“에리치, 우미’s 특별 프레젠트는 뭐였노?”



“음…?


아주 아주 예쁘고 향기로운 푸른색 꽃다발이었어.”



“에에- 하긴, 그런 선물이면 조금 부끄러울 수도 있겠데이.”



“응? 어째서?”



“ 그야, 고백하는 것 같아서 분명 호노캇치-라든지 놀릴게 뻔하지 않나?


에리치는 내끈데 말이제~!”












“…그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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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어쩌면 애절할 그날의 생일이야기]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