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럽갤문학/단편

너도 웃으면 되잖아.

심심한 일 투성이다.

뭘해도 그냥 무감각하게 일을 행할 뿐 했다는 성취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모든 일에 흥미를 잃었기 때문이겠지.

재미없다.

요즘 들어서는 이런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아이들과 같이 하고 있는 스쿨아이돌에 관한 것도 이제는 그냥 정때문에 하는거지 진심으로 즐긴다는 의미에서는 할 수 없었다.

이런 생각 나만 하고 있는 거겠지.


언제나 활짝 웃으면서 스쿨아이돌을 하고있는 모두가 조금은 질투날 정도이다.

이제 아이돌로서는 끝난 건가?

자신이 하는 일에 보람도 느끼지 못하고 웃을 수도 없을 뿐더러, 거짓 미소는 잘 짓지도 못한다.

책상 앞에 놓인 봉투를 보며 한숨을 쉰다.


[퇴부서]


"어쩔까나..."

일단 쓰기는 했지만 역시 고민이 된다.

갑작스럽게 나가버리면 애들이 무슨 말을 할지도 고민이고 말이다.

일단 가방에 넣어두고 좀 더 생각해보기로 한다.



생각이라고는 해도 딱히 뭔가 떠오르는 것도 없이 무감각하게 삼 일이 지나갔다.

아무 생각없이 학교를 왔다가 갔다가 부실을 왔다가 갔다가, 결국 아무거도 하지 못한채 시간만 흐른셈이었다.

한숨만 나온다.

사는 것에 뭔가 자극이 없이 그저 맹목적으로 삶에 찌들었다는 듯한 기분.

왠지 사회인같아.

스스로를 자책하며 살짝 웃어본다.

하지만 금방 바보같다고 생각하고 고개를 푹 숙인다.

"마키쨩!"

"붸에에- 호, 호노카?"

길을 걸어가던 중 뒤에서 갑자기 덮쳐온 호노카에 의해 앞으로 넘어질 뻔한 것을 겨우 추스렸다.

"요즘 마키쨩 힘도 없어보이고 한숨만 쉬길래 잠시 놀래켜준거야. 어때 힘나?"

"그런거로 힘이 나는 사람은 호노카 뿐이라고."

"에헤헤, 그런가? 미안. 가방 주워줄게."



가방은 단추가 떨어져 내용물은 전부 토해낸 상태였다.

"우등생은 역시 다르네. 책이 많아. 어?!"

"빨리 주워나 줘."

호노카는 아무말 없이 책을 주섬주섬 모아서 가방에 넣어주었다.

"마키쨩! 가지마!"
"에? 에에?? 무슨 소리야?"

"호노카가 좀 더 열심히 할게! 떠나지마?"

"그러니까 무슨 소리야?"

호노카는 내가 쓴 퇴부서를 꺼내들어서 보여주었다.

정말로 울거 같은 표정을 하며 호노카는 계속해서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런거로 왜 울어? 언젠간 뮤즈도 전부 흩어질건데? 우는 의미를 모르겠어."

"그래도 호노카는 그 시기가 올때까지는 모두와 함께 힘내고 같이 나아가고 싶어!"

썩 공감은 가지 않는다.

하지만 그러기에 호노카는 계속해서 힘을 낼 수 있었던 거겠지.



"저기, 호노카? 호노카는 어떻게 맨날 그렇게 웃을 수 있어?"

"응? 그게 무슨 소리야?"

나답지 않다.

평소라면 절대 물어보지 않았겠지.

하지만 이왕 들킨거 물어보고 싶었다.

그 미소의 비결을.

항상 모든 것을 흥미진진하게 보며 새로운 것을 느끼는 듯한 그 기분을 호노카에게서 배우고 싶었다.

잠시 손을 턱에 대고 생각하더니 호노카는 웃으며 말을 하였다.


"마키도 웃으면 되잖아!"

"아니 그게 아니라..."

"항상 웃으면 항상 즐겁다고."

그게 안 되니까 물어본 건데."

하지만 왠지 알거 같았다.

사람의 마음은 스스로 단련 하는 것이라는 것을.

항상 웃으면 그 웃음이 마음을 평화롭게 한다는 것을.

그래도 역시 내게는 그런게 무리야.



"마키도 웃으면 돼!"

"모르겠는데?"

정말로 못 웃겠다는 것이 아니라 어떤식으로 웃어야 할지 감이 오지 않는다.

제대로 웃어 본 적이 얼마나 되는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음~ 하늘을 바라보고 맑은 날씨인 것을 보며 '오늘도 좋은 날씨네~'하고 말하며 웃으면 돼."

"무리야."

"거울을 보고 '오늘 하루도 힘차게 화이팅!'이라고 하면 돼."

"불가능한데..."

해본 적도 없고 해보고 싶지도 않은 일들이다.

바보 같아서 하기 싫어.

"마키는 바보! 그렇게 항상 부정하니까 웃는 법을 까먹은 거잖아."

"바, 바보 아니거든"

"웃어! 웃어웃어웃어! 웃어줘! 마키쨩 웃는거 보고 싶어~~"

"에? 에에??"

갑자기 때를 쓰며 달려드는 호노카에 의해 당황스러웠다.

"그래! 호무망줄께! 이거 먹어! 먹으면 행복해지는 거야."

"그건 호노카나 행복해지겠지."



결국 서로 쓸데없는 소모전만 하고 헤어졌다.

집에 도착해서 생각해보니 호노카에게는 조금 미안하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행인건 이 화제로 내가 퇴부서를 썼다는 걸 완전 까먹은 듯하다.

"완전 바보잖아."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이 보였다.

언제 봤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자연스러운 미소.

왠지 마음 속이 벅차오르기 시작한다.

눈시울이 조금은 뜨거워 졌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감정을 조금은 더 느껴보고 싶다.

앞으로 스쿨아이돌을 하면서 얼마나 더 이런 감정을 느끼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항상 웃는 그 아이들과 있으면 나도 그 미소에 전염이 되지 않을까?

거울을 바라본다.

이제는 희미하지만 살며시 남아있는 미소를 바라본다.

정말이지.... 너도 웃으면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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