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럽갤문학/단편

에리치카, 망설이다

"후우"

한장의 편지를 바라본다.

길어서 간단하게 줄여 말하자면 발레를 다시 하지 않겠냐는 글.

다시 한번 정상을 향해 노력해보지 않겠냐는 편지글이 적혀있었다.

예전부터 발레를 하고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하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다시금 해보지 않겠냐고 물어오니 막막하다.

지금 하고 있는 스쿨아이돌의 일도 있고 말이다.

게다가 저번에 코토리의 유학사건도 있어서 왠만하면 팀을 와해시키는 일을 하기 싫었다.

다음주중에 전화나 e메일을 통하여 답장을 바란다고 적혀져있었다.

가기 싫었다.

게다가 이런걸 알리면 호노카가 분명 그때처럼 쇼크를 먹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자 비밀로 하자고 생각했다.

역시 정중하게 거절하기로 마음먹었다.

따르르르르릉~

갑자기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폰을 들었다.

"여보세요."

[에리니? 할머니란다.]

"아, 할머니. 무슨 일이세요."




뮤즈의 쉼터인 아이돌 연구부로 들어간다.

모두들 의자에 앉아서 끼리끼리 뭉쳐 담소를 나누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저기, 미안한데 잠시 이야기 좀 들어줄래?"

"에리?"

"왜 그러세요?"

다들 순식간에 조용해지면서 나를 바라본다.

"다름이 아니라. 이번에 러시아쪽에서 다시 발레를 해보지 않겠냐고 편지가 날아와서."

가방에서 편지를 꺼내든다.

"어디 줘봐."

니코는 편지를 강탈하듯 뺐어 내용을 본다.

"무, 무슨 소리야!!!"

"와... 러시아어."

"러시아에서 왔으니까 당연히 러시아어지."

"니코는 말이야. 지금까지 에리가 무늬만 러시아인 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구나."

"으흠. 뭐 어찌됐든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러시아 쪽으로 넘어갈 거 같아."

......

.............

"에에엣에엣!!!"

"그게 무슨 소리야! 우리 뮤즈는 지금부터 스타트라고! 코토리의 유학을 막고 새마음 새뜻으로 스타트대쉬를 부르며 마음을 다잡고 이번에 다시 시작하는 러브라이브에 참가 중이잖아."

"에리.... 나중으로 미룰수는 없는건가요?"

"그렇지.... 하지만 이번주중으로 결정해달라고 하고 할머니께서도 그걸 간절히 바라고 있어서...."

다들 조용해졌다.

그 혈기왕성한 아이들이 이렇게 순식간에 조용해지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너무 쓰라렸다.

"미안해...."

이런 한심한 말밖에 못하는 내 자신이 싫었다.

"하지만 할머니께서 내가 다시 발레를 하는 모습이 보고 싶다고 하시고, 기회는 이번 밖에 없을테니까...."

다들 조용하다.

에리도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네. 어쩔 수 없는거네. 에리가 생각한 일인걸. 우리들보다 더욱 가슴 아프겠지."

"호노카..."

바라보며 웃는다.

웃지 말아줘.

"앞으로 남은 러브라이브 대회. 반드시 우승해보이겠어. 우승해서 반드시 그 트로피를 에리에게 가져다줄게."

"고마워."

숨이 막힌다.

다들 한번씩 바라보며 응원의 한마디를 내뱉는다.

잘가 티비에서 꼭 챙겨볼게.

에리치 가뿌드라도 그 전에 내 스피릿빠와는 받고 가그래이.

졸업은 하고 가라냐!

화, 화이팅이야 에리.

에리. 비록 떨어져있어도 항상 응원하고 있겠어요.

모두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고통스럽다.

가기 싫다.

가지말라고 잡아주는 것보다 잘 가라고 응원해주는게 더욱 눈물이 터져나왔다.

참고 참고 꾹 참아서 겨우 집으로 돌아왔다.

"언니 어서와!"

"아...리사...."

달려가서 아리사의 품에 안긴다.

"언니? 왜그러는거야?"

"엉엉~ 아리사!"

아리사의 품에 안겨 계속해서 눈물을 흘리며 올려다본다.

"하라쇼. 언니 얼굴 엉망진창이야."

"나, 사실은 가기 싫어!"

"언니...."

신발장에서 에리와 아리사는 서로의 손을 꼭 마주잡는다.

아무말 없이 그저 잡고 있을 뿐이었지만 에리는 서서히 위로 받듯이 새근새근 잠들어나갔다.



그렇게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나갔다.

답장을 보내는 마지막날이 다가왔다.

오늘 학교에 갔다 돌아오는 길에 답장을 할 생각이었다.

다시 러시아로 가는 건가?

그때는 우승하지 못했던 대회.

지금부터 노력하면 다시 우승 할 수 있을까?

갑자기 호노카가 떠오른다.

어떤 상황에서도 웃으며 주변의 힘이 되어 주었던 그 아이.

하자.

나도 그녀에게 부끄럽지 않은 한 사람이 되겠어.

수업이 시작하자 여러가지 생각이 오갔다.

정말로 이렇게 가버리는 건가?

안가면 안될까?

발레를 시작하면 굳어진 몸을 다시 풀어야 되겠네.

답답하다.

이런 망설이는 생각도 오늘이 마지막이야.

내일 부터는 잡생각이 들지 않도록 연습해야지.

그렇게 한숨을 자아낸다.


수업을 끝마치고 가방을 챙긴다.

얼른 답장을 적어야지.

가기 전에 노조미를 살짝 볼까 했지만 이번주 당번이어서 쓰레기를 버리러 간 모양이다.

그래. 괜히 보지말자.

결심이 흔들릴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건 그렇고 참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지.


갑작스럽게 찾아온 호노카와 우미와 코토리가 스쿨아이돌을 하고 싶다고 하지 않나.

처음엔 완강하게 거부하면서 무시도하고 말이야.

그 애들이 추는 무대공연을 넷에 올려서 현실의 쓴맛을 보여주려고 했지만 은근히 그게 더욱 잘 될줄은 몰랐지.

그 뒤로는 1학년 애들이 가입하고 점점 하나 둘씩 모이고 결국엔 호노카의 권유에 나도....


'에리 선배! 뮤즈에 들어와 주세요. 함께 뮤즈로써 노래 해주셨으면 해요. 스쿨아이돌로서!'


타다닥!

뛴다.

지금 수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지나가지만 그런건 상관 없었다.

나는... 나 아야세 에리가 하고 싶은 것은...!


"나는! 뮤즈야! 뮤즈의 모드와 스쿨 아이돌이 하고 싶어!"

부실을 박차고 소리를 지른다.

다들 어안이 벙벙한듯 아무말도 하지 못한채 바라보고 있었다.

"왜 잡아주지 않은거야! 그 때처럼 한번만 잡아줬으면 나는... 나는....!"

세어나오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쏟아낸다.

양손으로 막아보지만 손을 타고 내려와 계속해서 쏟아진다.

"에리쨩."

"호... 호노카..."

다시금 그 때의 손이 다가온다.

햇빛보다 더욱 포근하고 양지보다 더욱 따스한 그 손이.

"저희 뮤즈를 떠나가지 말아주세요. 저희는 에리 선배가 필요해요."

강하게 움켜쥔다.

다시는... 다시는 놓치지 않게....

이 온기를 마지막까지 느끼기 위하여 꼬옥 잡는다.

"정말이지, 손이 많이 가는 아로구만...."

모두들 웃으며 바라본다.

다시는 망설이지 않을 것이다.

내가 좋아하고 같이 있고 싶은 사람들과의 이별을 책임감이라는 이유로 떼어내버리지 않을 것이다.



집에 도착하여 컴퓨터에 앉았다.

"일단 할머니한테 먼저 전화해볼까?"

뚜르르르.

[여보세요?]

"할머니. 저에요 에리."

[오오~ 에리니? 언제쯤 다시 발레는 시작할거니?]

"죄송해요 할머니. 저, 스쿨아이돌을 계속하고 싶어요."

더 이상의 망설임은 없다.

이번에는 확실하게 그 손을 부여잡고 있으니....